페체네그 칸국을 이루며 10세기 ~ 11세기 말의 시기동안 다뉴브 강 하류 ~ 카스피 해 북안의 대평원을 지배한 튀르크 계통의 민족이다.
9세기 경에 시르다리야 강 유역에서 드네프르 강 유역과 크림 반도 인근으로 이주해 왔으나 889년, 하자르 칸국에게 패배하고 서진하여 현재의 몰다비아 지역에 정착한다.
이들은 슬라브 족과 불가르 족, 마자르 족에 대항하는 동로마 제국의 외교적 용병으로 쓰였고, 이후 하자르 족이 쇠퇴하자 다시 동쪽으로 영역을 넓혀 10세기 ~ 11세기 말까지 흑해 북안의 넓은 스텝 지역을 영유했다.
10세기 말 ~ 11세기 초에는 키예프 공국의 남진을 저지하고 왈라키아와 흑해 이북을 잇는 통로를 확보하기까지 했다. 11세기 초반 드네프르 강 하류를 빼앗기기도 했지만 통행권을 인정받아 민족의 동서분단은 피했다.
페체네그인들은 전장으로 향할 때 아녀자를 비롯한 가족 전체를 데리고 이동했는데, 부족 전체가 움직이는 이 모습은 역사가들이 '움직이는 국가'라고 평할 정도였다. 이는 군사적인 측면에서 군세를 과시하거나 군수지원을 맡기고 사기를 고양시키는 점 등에서 장점이었겠지만, 비전투원이 많아 단점도 많았을 것이고 무엇보다 패배했을 경우 괴멸적인 타격을 입기 십상이었다.
11세기 들어서 영역을 확대한 것은 좋았으나 더 넓은 영역에서 더 크고 더 많은 분쟁을 겪으면서 점차 쇠퇴하게 되었다. 주변의 쿠만족, 오우즈족, 키예프 공국, 그리고 동로마 제국과의 소모전이 그 멸망을 앞당겼다. 특히, 전자의 세 세력에게 북쪽과 동쪽으로부터 압박받아 밀려난 끝에 동로마 제국과 3차례에 걸쳐 벌인 전쟁이 결정적이었다.
로마-페체네그 전쟁 기간을 전후하여 로마 제국 정부의 허락하에 동로마령 유럽에 정착하거나 투항하여 이주당한 페체네그인들은 그리스인, 불가리아인 등의 민족에 동화되어 사라졌다. 그 외의 잔존 세력은 다시 이스트로스 강을 건너 왈라키아 지방으로 후퇴하였고, 1130년 즈음 강대해진 쿠만인에 의하여 멸망당했다. 몽골의 침략 이후에는 헝가리 왕국이 자리잡고 있던 판노니아 평원으로 흩어졌다가 헝가리인에게 흡수되어 차차 역사에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