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1년 만지케르트전투에서 동로마제국이 투르크군에 참패한 뒤 이십 년이 훨씬 지난 1095년에 이르러서야 유럽은 겨우 뜻을 모으게 되었다. 프랑스 클레르몽에서 공의회를 소집한 교황 우르바노스 2세는 “신이 그것을 바라신다(Deus lo vult)”고 주장하면서 성전(聖戰)을 선포했다. 이렇게 해서 시작된 제1차 십자군원정(1096~1099년)의 최대 성과는 이교도에 빼앗긴 예루살렘을 다시 찾은 것이다. 하지만 크리스찬들은 예루살렘에 입성하자마자 포로로 잡은 수만 명의 이슬람 교도와 유대인을 하나님의 이름으로 무참하게 학살했다(1099년). 오늘날까지도 이스라엘 국민이 잊지 못하는 악몽이다. 유럽인은 그런 일에 신경쓰지 않았다. 오로지 오랜만에 되찾은 예루살렘을 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뜨거운 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