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대포보다 무서웠던 신대륙의 질병

frog.ko 2020. 10. 22. 06:38

콜럼버스의 항해 이후 유럽인들이 아메리카에 들여온 각종 병균은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

 

구대륙과 신대륙은 만 년 이상 떨어져 살았기 때문에 세균의 종류도 다를 수밖에 없고, 당연히 사람들의 면역 체계도 다르게 진화해 왔다.

 

천연두는 여러 차례 유럽 대륙에서 크게 유행했지만 16세기에는 안정 단계에 들어가서 일종의 풍토병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그렇지만 신대륙 주민들에게 천연두균은 전혀 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낯선 병균이었다.

 

당시 병의 양태도 극심하여, 이 병에 걸린 사람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고름집이 잡혀 움직일 때마다 살점이 떨어져나갔고, 살아남은 사람들도 곰보자국이 나거나 맹인이 되었다.

 

특히 발병할 때까지 잠복기가 10~14일이나 되는 이 병의 특징 때문에, 실제 감염되어 있으면서 도 겉으로는 건강해 보이는 환자가 스스로 멀리 피난가면서 병을 퍼뜨렸다.

 

이로 인해 남북 아메리카 대륙 전체로 이 병이 급속히 퍼진 것이다.의학사가(醫學史家)들의 추정으로는 당시 멕시코에서 천연두로 사망한 사람이 1800만명에 달한다. 사망률도 높았지만 원주민들이 받은 심리적 충격은 그 이상이었다.무서운 전염병이 도는 데에도 불구하고, ()은 자신들을 돌보지 않았다고 생각했고, 반면 스페인 침략자들은 끄떡 없었기 때문이다.

 

이를 지켜본 원주민들은 저항 의지를 상실했다. 찬란하고 평화로운 마야문명과 잉카문명은 이렇게 천연두의 등장으로 허무하게 붕괴되고 말았던 것이다.

 

전체적으로 정복군을 따라 전파된 전염병이 아메리카 대륙에서 100년여 동안 극성을 부리면서 원주민 인구는 1억명의 10% 선에 불과한 1000만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역으로 콜롬부스는 신대륙으로 부터 매독을 전파시킨 계기가 되기도 했다. 서인도제도에 예로부터 지방병(地方病)으로 알려졌던 질환이며 C.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원정 때 매독에 걸린 대원이 있어서, 1493년 유럽에 돌아온 뒤 에스파냐·프랑스·이탈리아 등으로 급속하게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