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준사구(四駿四狗)는 네 마리의 충성스런 준마와 충견을 뜻하며, 칭기즈 칸을 도와 몽골제국을 건국한 8명의 장수를 지칭한다. 사구사준이라고도 한다. 몽골제국의 역사를 기록한 『원조비사(元朝秘史)』에 나오는 「4마리의 준마・4마리의 충견」에서 유래한다.
사준(四駿)
치라운 : 소년 시절의 칭기즈 칸이 타르구타이 쿠릴투크로부터 쫓겼을 때, 그를 숨겨 주고 친우의 관계를 맺음으로서 칭기즈 칸의 수하에 들게 되었다. 칭기즈 칸을 받아들여준 자신의 아버지와 함께 천호장에 임명되었으나 칭기즈 칸 때는 큰 활약을 하지 못하고 오고타이 때는 금나라를 정벌하러 가자마자 죽었기에 많은 활약을 보여주지는 못하였다. 그 자손은 원조 4대 권문세족의 하나로서 부귀영화를 누렸다.
보로클 : 쥴킨부 토벌 당시 전장에서 발견되어 칭기즈 칸의 어머니 호엘룬 밑에서 칭기즈 칸과 성장하여, 형제의 대접을 받았다. 빈사의 오고타이를 전장에서 구출하는 등의 공을 세우나 1217년 몽골 북동쪽 삼림지대의 수렵민족 투마트 족과의 싸움에서 전사했다.
보르추 : 젊은 시절 테무친이 말을 도둑맞았을 때 그에게 말을 빌려주고 추적을 도와준 것이 계기가 되어 신하가 된다. 칭기즈 칸에게는 의형제같은 존재이자 심복이다. 칭기즈 칸의 몽골 고원 통일에서 공을 세워 우익(서쪽)의 만호장에 임명되며 중앙아시아 원정을 담당하며, 금, 호라즘의 원정에도 참여한다. 칭기스 칸과 다른 안목을 가지고 있어 몽골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으며 그의 가문은 후에 몽골제국의 4대 명문의 하나가 된다.
무칼리(고려인) : 지용을 겸비하여 칭기즈 칸의 두터운 신임을 받은 장수. 몽골 고원 통일에서 큰 공적을 올렸으며 1206년 좌익(동쪽)의 만호장에 임명된다. 금나라 공략의 사령관으로서 활약하여 칭기즈 칸으로부터 국왕의 칭호를 받았으며 몽골의 다섯 부족을 휘하에 거느리고 중국 공략을 담당한다.
사구(四狗)
수부타이 : 나이만족과의 싸움에서 형 젤메와 함께 철륜차로 산맥을 돌파하여 적진을 탈취했다. 수가 10분의 1밖에 안되는 안완진화상의 금군에게 패하기도 하였으나 수많은 전장에서 전공을 세웠다. 호라즘 원정에서 제베와 함께 러시아까지 진격하는 별동대에 참여했으며, 바트의 서정(유럽 원정)에도 참가하는 등의 활약을 했다.
제베 : 궁술의 명인. 타이치우토족의 장수였으나 칭기스 칸에게 패하였다. 포로가 되었음에도 위엄을 잃지 않고 당당한 자세를 유지하여 칭기스 칸에게 등용되었다. 몽골에서 굴지의 맹장으로 활약하였으며 1218년 나이만부를 토벌하고 호라즘, 이란, 그루지야, 카프카스, 러시아로 진격, 러시아 제후 연합군까지 물리치지만 몽골로 돌아오는 길에 병사한다. (제베가 고려인 김씨라는 설이 있다. 고려 원정 장군 살리타는 제베의 참모였다)
쿠빌라이 : 원나라 제5대 황제 쿠빌라이 칸과는 별개의 인물로 칭기즈 칸이 쟈무카와 결별하자, 칭기즈 칸에게 귀순했다. 몽고 통일 후에 전공에 대한 포상으로 군정책임자의 지위가 하사되었다. 중앙아시아의 카르르크를 토벌하고 오아시스 제국을 항복시키는 공을 세웠다.
젤메 : 젤메의 아버지 자르치우드는 천민 출신 대장장이였다. 수부타이의 형, 볼츠와 함께 일찍부터 칭기스 칸의 측근으로 활약했다. 타이치우토족과의 전장에서 독화살을 맞은 칭기즈 칸을 위해 독을 빨아내고 적진을 뛰어다니며 물을 탈취하여 철야로 간병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칭기즈 칸은 그 은혜를 평생 잊지 않았다고 한다.
1227년 8월, 칭기즈칸은 탕구트와의 전쟁 중에 사망했다. 세상에 머물다 간 시간은 65년에 불과했지만 그가 인류 역사에 미친 영향은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또 칭기즈칸이 맺은 인간관계는 깊은 감동과 교훈을 안겨주고 있다. 그는 사랑과 관용으로 부하들을 보살폈으며 그들을 위해 목숨을 걸고 전쟁터를 누볐다. 전투가 벌어지면 항상 선두에 서서 돌격했고, 전쟁에서 얻은 전리품은 부하들과 공평하게 분배했다. 전쟁 중에 포로로 잡혀간 아내가 적군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받아들였고 아내가 낳은 아이를 자신의 핏줄로 인정했다.
요즘처럼 토사구팽(兎死狗烹)이 만연한 세태와 비교해볼 때 칭기즈칸이 보여준 의리는 참으로 귀감이 아닐 수 없다. 공자는 "이익을 놓고 의리를 생각하고, 위급한 시기에 목숨을 내놓고, 오랜 약속을 평생토록 잊지 않고 지킨다면 완성된 사람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칭기즈칸이야말로 완성된 인간관계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인맥을 만들고 싶다면 칭기즈칸처럼 신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 이익보다는 의리를 생각하고, 작은 약속도 반드시 지켜야 충성 인맥이 만들어지기 마련이다. 지금부터 사람들을 만날 때는 "내가 의리를 지키지 않으면 흙탕물처럼 되게 하소서"라고 마음 속으로 다짐해보라. 반드시 최고의 인맥이 만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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