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제국이 전성기인 19세기 말에 55개 대대, 4만명의 군대로 ‘태양이 지지 않는 제국’을 유지했다. 그러나 영국이 대규모 군대를 파견해 어렵게 승리한 전쟁이 있다.
1899년 10월11일, 트랜스발공화국과 오렌지자유국은 아프리카 남단에 위치한 영국 케이프식민지를 향해 공세를 시작했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는 17세기 중반부터 아프리카 최남단에 식민지를 세웠다.
농부를 가리키는 네덜란드어 ‘보어’는 이후 이들 식민자를 가리키는 보통명사가 됐다. 프랑스혁명전쟁 때인 1795년 영국은 네덜란드로부터 보어의 땅을 빼앗았다. 영국의 지배가 싫었던 보어들은 아프리카 내륙으로 들어가 남아프리카와 오라녜 등의 여러 보어공화국을 세웠다. 즉 이 전쟁은 영국과 보어 사이의 전쟁이었다.
남아프리카는 영국을 상대로 이미 1880~81년 한 차례 전쟁을 치렀다. 남아프리카군은 사실 군대라기보다는 민병대에 가까웠다. 전투부대는 지역별로 편성되었다. 개별 병사들은 스스로 자신의 소총과 말을 준비했다. 장교는 부대원들에 의해 선출됐다. 사냥으로 단련된 보어들은 몸을 숨긴 채 저격하는 솜씨가 뛰어났다. 1차 영국-보어전쟁에서 보어군은 자국 내 영국군을 몰아내는 데 성공했다.
1886년 남아프리카 수도 프레토리아 남쪽에서 대규모 금광이 발견되자 영국은 다시 두 나라를 탐냈다. 케이프 총독 세실 로즈는 1895년 말 리앤더 제임슨이 지휘하는 600명을 남아프리카에 침투시켜 폭동을 일으키려 했지만 실패했다. 뻔뻔하게도 영국은 오히려 이를 기화로 남아프리카에 거주하는 모든 영국인에게 남아프리카인과 동일한 권리를 보장하라는 최후통첩을 날렸다.
남아프리카는 국경의 영국군을 48시간 내에 후퇴시키라는 대답으로 응수했다. 영국 언론은 남아프리카에 대한 조롱으로 지면을 도배했다. 늘 육군 병력이 빠듯했던 영국 정부는 그보다는 복잡한 심경이었다. 그럼에도 병력을 물릴 생각은 없었다.
2차 영국-보어전쟁 개전 당시 1만3,000여 명이었던 케이프의 영국군은 1899년 11월 레드버스 헨리 뷸러가 지휘하는 1개 군단이 증파되면서 대폭 증강되었다. 3개 보병사단과 1개 기병사단으로 구성된 뷸러의 군단을 포함하면 케이프의 영국군은 3만3,000명의 보어군보다 병력에서 앞섰다.
그럼에도 1899년 12월까지 벌어진 여러 주요 전투에서 영국군은 거듭 패배했다. 가령, 12월15일에 벌어진 콜렌소전투에서 2만1,000명의 영국군은 8,000명 보어군을 상대로 투겔라강을 건너려다 실패했다. 이 전투에서 영국군은 1,400명을, 보어군은 40명을 잃었다.
2차 영국-보어전쟁의 전황은 1900년 1월부터 영국군에게 유리하게 전개되었다. 18만 명에 달하는 육군 병력을 케이프에 파견한 덕분이었다. 이만한 규모의 해외 파병은 영국이 이전까지 경험해본 적이 없는 수준이었다.
같은 해 9월까지 영국군은 트랜스발공화국과 오렌지자유국을 명목상 점령했다. 보어들은 그후에도 게릴라전을 지속하다가 1902년 5월에 항복했다. 아프리카 남단의 영국군은 가장 많을 때 다른 식민지부대와 현지의 아프리카인 부대를 포함해 45만 명 이상으로 불어났다.
명분 없는 전쟁에 보어군에 지원한 해외 의용군도 적지 않았다. 네덜란드인 2,000명을 비롯해 유럽과 미국에서 모여든 4,175명이 무보수로 총을 들었다. 인명 피해도 컸다. 영국군 2만2,092명이 전사하고 7만5,430명의 부상과 향수병으로 전력을 잃었다. 보어군은 6,189명이 죽고 2만4,000명이 포로로 잡혔다. 민간인 희생자는 더 많았다. 악명 높은 집중 수용소에서 보어인 부녀자 사망 2만6,370명을 포함해 4만6,500여명이 죽었다. 흑인 원주민들은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양쪽에서 이용당하고 종전 후에는 더욱 심한 차별이 찾아왔다. 흑백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도 보어전쟁에서 싹텄다.
대영제국은 전성기인 19세기말에 55개 대대, 4만명의 군대로 ‘태양이 지지 않는 제국’을 유지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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