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노는 유라시아 대초원지역에서 기마유목민이 건설한 최초의 스텝제국으로, 기마유목국가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흉노는 유라시아 대초원에 강력한 흔적을 남겼으나, 한나라와 쟁패하는 가운데 분열되면서 유목민 선비에 패배해 역사에서 사라졌다(151년).
선비족은 몽골고원 일대를 장악하고 대제국을 건설했으나, 단석괴 사후 다시 분열되고 중국의 화북지방으로 남하해 5호16국 시대(304~439년)와 남북조 시대(420~589년)를 열었다. 선비의 남하로 생긴 공백을 틈타 몽골계 유연이 몽골고원을 차지하고 150년 가까이 지배했으나, 또 다른 유목민 투르크계 돌궐에 의해 멸망했다.
중앙아시아의 아무다리야강 또는 카스피해의 북서 초원 지대에서 발흥한 돌궐은 카간인 부민 카간(중국어: 伊利可汗)과 후대 카간들의 휘하에서 중앙아시아에서부터 동쪽으로 진출하여 동북아시아 초원(현재 몽골지역)의 유연을 멸망시켜, 동북아 북방 지역을 제패하고 돌궐 제국을 세운다. 예니세이강 상류에 있던 몽골로이드 인종인 철륵(카자흐인, 키르기스인)도 돌궐에 합병시킨다. 돌궐의 동진으로 예니세이강 상류의 철륵은 튀르크 문화를 받아들여 카자흐인과 키르기스인이 된다. 이후 중앙아시아에서부터 만주까지 이르는 광범위한 세력 확장을 펼쳤다. 서돌궐은 이슬람을 받아들여 이슬람으로 개종하였다. 튀르크계인 하자르 카간국의 오우즈 족이 셀주크 제국의 기원이 되었다. 또한 1299년 튀르크족은 오스만 제국을 건설하였다.
중국 ‘주서’(周書)에서는 돌궐을 흉노의 별종이라 했다. 말하자면, 돌궐은 흉노의 후예란 뜻이다. 투르크족에서 부민(Bumin)카간이란 걸출한 인물이 나타나 돌궐을 건국(552년)했다. 그 나라의 정식 명칭은 Kok Turk인데, 이는 ‘하늘의 신성한 튀르크’란 뜻이다. 부민카간을 이은 무한(Mukhan)카간(553-572년)은 최고 전성시대를 열었는데, 돌궐 비문은 그에 대해 “사방에 군대를 보내 모든 종족을 복속시키고, 머리를 가진 자는 머리를 숙이게 하고, 무릎을 가진 자는 무릎을 꿇게 하였다”라고 기록할 정도로 위세를 떨쳤다. 그의 장례식에 중국·티베트·비잔틴·유연·거란·고구려 등에서 사신이 왔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돌궐은 유라시아지역 동서와 남북에 걸쳐 건설된 최초의 대제국이다. 최대 영토가 1000만㎢를 넘었고, 중국을 통일한 수와 당나라와 쟁패하면서 역사의 중심에 등장했다. 그러나 돌궐은 세력이 커지면 분열되는 초원제국의 전례를 벗어나지 못하고, 몽골고원을 중심으로 하는 동돌궐과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진출한 서돌궐로 분열됐다(582년). 둘로 나뉜 돌궐은 국력이 쇠잔해지면서 동돌궐은 630년, 서돌궐은 651년에 각각 당나라에 의해 멸망했다.
그 후 30년 암흑시대 동안 당에 대해 끈질긴 독립투쟁을 전개했고, 마침내 682년 쿠틀룩이란 뛰어난 지도자가 나타나 거의 완전하게 돌궐을 재건해 후돌궐 시대를 열었다. 후돌궐은 720년경 빌게카간 때 최전성기를 맞이했는데, 이 시기에 세워진 오르혼 비문은 유라시아 기마유목민족사의 기념비적인 유물이다. 빌게카간 사후 급속히 약화된 후돌궐은 745년 위구르·당·티베트의 협공을 받아 멸망했다.
동돌궐에 속했던 유목민족은 전통을 유지했으나 불교의 영향으로 불교화 했고, 이후 원의 지배하에 들면서 역사에서 사라졌다. 서돌궐은 초원지역에서 유목과 오아시스 농경생활을 병행하다가 압바스 왕조의 지배 하에서 이슬람을 받아들이면서 일부 세력은 터키지역으로 계속 서진했다. 서돌궐세력은 960년경 셀주크 장군의 지휘로 실크로드를 따라 부하라·사마르칸트로 이주했고, 1037년 토그릴이 셀주크튀르크를 건국했다(1037~1194년). 서진을 계속한 셀주크튀르크 일족은 아나톨리아지역(터키)에서 비잔틴제국을 격파하고 룸셀주크를 건국했다(1077년). 룸셀주크 세력약화 후 서부 아나톨리아 지역에서 오스만1세가 오스만공국을 건국(1299년)했는데, 이것이 오늘날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튀르크제국의 출발이다.
출처 : 인사이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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