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전쟁

아루나찰프라데시

frog.ko 2023. 10. 20. 09:46

아루나찰프라데시는 중국과 인도의 영토 분쟁의 초점의 기점인 지역으로 인도는 아루나찰 프하나의 주로 간주하는 중이다. 아루나찰 프라데시주의 면적은 8만 3743km²로 남한보다 약간 작다. 이 지역은 원래 인도와 티베트가 국경을 맞대고 있던 지역이었다. 남으로는 아삼 및 나갈랜드주와 닿아 있고 동으로는 미얀마, 서로는 부탄, 북으로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여명이 빛나는 신의 땅이라는 의미답게 인도에서 해가 가장 먼저 밝아오는 지역이다. 식물학자들의 낙원이라고 불릴 정도로 히말라야 난을 비롯한 각종 식물들이 자생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리적 위치 때문에 인도계, 티베트계, 중국계, 미얀마계를 비롯한 여러 부족이 뒤섞여 다양한 언어와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다.

 

19621020일 중국 인민해방군 3개 사단은 아루나찰프라데시 타왕 지역을 침략했다. 전쟁이 시작되자 인도는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후퇴와 후퇴를 거듭해 7일 만에 후방 160km까지 밀려났다. 중국은 인도가 지배하고 있는 타왕 지역을 중국 영토라고 인정한다면 철수하겠다고 제안했으나, 인도 정부가 거부하자 다시 진격해 들어왔다. 40일간의 전투에서 인도는 수많은 사상자를 냈다. 국군에 잡힌 포로만 4000명이 넘었다.

 

중국은 아루나찰프라데시 대부분을 장악하고 승리를 선언했다. 하지만 미국과 소련의 압력은 물론 인도 주변국을 중심으로 한 비동맹국가들의 비난이 거세지자 결국 철수했다. 다음 해 중국은 전쟁포로를 석방하면서 인도와 평화를 모색했지만 아루나찰프라데시를 중심으로 한 양국 갈등은 끝나지 않았다. 정상회담 때마다 국경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면서도 전쟁을 치른지 53년이 지난 지금까지 돌파구를 찾지 못한 것은 영국 식민정부 때 그어진 국경선에 대한 근본적 입장 차이 때문이다.

 

'맥마흔 라인'은 청나라가 망한 뒤 1914년 인도를 지배하고 있던 영국과 티베트 그리고 새로 태어난 중국이 삼자 협정으로 맺은 국경선이었다. 1913~14년 인도 시믈라(Simla)에서 영국, 티베트, 중국의 대표가 참여해 티베트와 영국 인도령 사이의 국경 설정 문제를 논의하는 회담이 열렸다. 영국은 중국과 러시아가 몽고를 내몽고와 외몽고로 분리한 것처럼 티베트를 내티베트(InnerTibet)와 외티베트(Outer Tibet)로 분리하자고제안했다. 외티베트 지역(현 중국의 티베트 자치령 지역과 거의 비슷)을 중국 행정권 아래 두고 캄(Kham), 암도(Amdo), 라싸(Lhasa)를 포함한 내티베트 지역은 종교자치지역으로 분리하자는것이었다.

영국, 티베트, 중국 간 회담은 내티베트와 외티베트 경계 문제 때문에 결렬됐다. 이에 영국 인도 식민정부와 티베트는 인도와 외티베트 간 국경선을 일방적으로 설정했다. 히말라야 산맥을 따라 설정된 890km에 달하는 이 국경선은 당시 영국식민지 외무장관이며 회담 대표였던 헨리 맥마흔(Henry McMahon)의 이름을 따 맥마흔 라인(McMahon Line)’이라고 명명했다. 이 맥마흔 라인에 의해 외티베트에 속한 9000에 달하는 타왕 지역이 인도의 아루나찰프라데시로 편입됐다.

 

1947년 독립한 인도도 이 국경선을 중국과의 경계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1951년 티베트를 무력 병합한 중국은 맥마흔 라인이 불법적이고 정당성 없는 국경선이라며, 인도와 자국의 경계는 영국의 식민지배 이전경계선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공식 지도에는 현재 인도가 실효지배하고 있는 83743의 아루나찰프라데시 중 맥마흔 라인 남쪽 65000에 달하는 지역이 자국 영토로 표기돼 있다

 

인도에서 가장 다양한 언어와 부족문화가 존재하는 곳 다양한 민족이 함께 어우러져 사는 지역답게 아루나찰프라데시에는 인도 29개 주 중에서 단일 지역으로는 가장 많은 언어가 존재한다. 대표적 언어인 니시(Nishi·18.94%)를 비롯해 아디(Adi·17.57%),벵갈리(Bengali·8.8%), 네팔리(Nepali·8.5%), 힌디(Hindi·7.3%), 아삼어(Assamese·4.6%) 50여 개 언어가 사용되고 있다. 다양한 언어가 공존하기 때문에 아루나찰프라데시 주정부는 특정 지역 언어를 공식 언어로 지정하기 어려워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영어를 공용어로 지정했다. 인도에서 영어가 유일한 공식 언어로 지정된 곳은 나갈랜드, 메갈라야, 아루나찰프라데시 3곳뿐이다.

 

138만 명밖에 살지 않는 곳에 50개 언어가 통용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민족과 부족이공존하고 있다는 증거다. 아루나찰프라데시에서 사용되는 니시, 아디 등 대부분의 부족언어는 티베트-버마 어군(語群)에 속한다. 흥미롭게도 캄프티(Khampti)나 싱포(Singpho) 같은 부족은 미얀마 샨족 언어와 비슷한 타이어를 쓰고 있다. 이러한 언어적 동질성 때문에 태국 정부는 인도 정부가 추진하는 북동부 개발 정책에 적극적이다. 특히 식품 가공, 대나무 공예 같은 산업에 투자를 토하고 있다.

 

아루나찰프라데시 사람의 대부분은 태양과 달을 의미하는 돈이-폴로(Donyi-Polo)’라는 원시 신앙을 믿고 있었다. 인계 부족들이 점차 힌두교를 받아들여 지금은 전체 인구의 34.6%가 힌두교도다. 영국 식민정부의 영향으로 기독교(18.7%)를 믿는 사람도 많다. 타왕(Tawang) 지역을 중심으로 불교를 믿는 사람 역시 전체 인구의 13.0%에 이른다. 하지만 여전히 30%에 달하는 사람들이 전통신앙인 돈이-폴로를 믿고 있다. 돈이-폴로는 남성과 여성, 즉 중국의 음양사상과 비슷한 사상적기반을 갖는 종교다.

 

아루나찰프라데시 부족민 대부분은 카스트제도를 믿지 않는다. 대신 마을의 원로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출생, 결혼, 사망 같은 중요한 관혼상제 때는 필히 마을 원로의 축복과 기원이 있어야한다. 이들은 여타 인도 북동부 지역과 마찬가지로 쌀을 주식으로 하기 때문에 쌀로 만든 다양한 음식과 아팡(Apang)이라는 술을 마시면서 축제를 즐긴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도 한국의 탈춤과 비슷한 춤을 춘다.

 

 

'지리 > 전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보로시야 연방국  (0) 2022.02.20
이라크의 숨통 '샤트알아랍 수로'  (0) 2021.08.22
나찌의 항공모함 '그라프 체펠린'  (0) 2021.07.29
미국 스페인 전쟁  (0) 2021.06.01
일본제국의 삽질'야마토급 전함'  (0) 2021.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