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에 신성 로마 제국의 독일어 사용자들이 당시 인구 희박지였던 동유럽으로 이주해가던 물결을 말한다. 그 영향권은 엘베 강 동쪽, 즉 구 동독 지역을 비롯해 폴란드 서부와 러시아 칼리닌그라드 주, 멀리는 트란실바니아와 에스토니아, 라트비아에까지 미쳤다. 러시아 볼가강 유역으로 이주한 건 한참 후인 예카테리나 2세 때이다.
원래 엘베 강 이동의 중부유럽 및 동유럽 지역은 기원전 8세기 무렵부터 게르만족이 주로 거주하던 지역이었으며, 슬라브족은 지금의 러시아나 캅카스 일대에 거주하고 있었다. 그런데 4세기 경부터 로마 제국이 쇠퇴하면서 게르만족이 더 살기 좋은 옛 로마 제국의 영토 내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아틸라가 이끄는 훈족이 동쪽에서 쳐들어오면서 게르만족이 대거 서쪽으로 이동하는 게르만족의 대이동이 발생하게 되었다.
이에 게르만족 동쪽에 살던 슬라브족 또한 훈족의 위협을 피할 겸, 더 살기 좋은 옛 게르만족의 영역으로 대규모로 이주한다. 이에 따라 6세기 이후 엘베 강을 경계로 서쪽의 서유럽은 게르만족, 동쪽의 중부유럽 및 동유럽은 슬라브족이 주로 거주하게 된다. 이런 민족 분포는 중세 전기까지 그대로 이어진다.
1. 엘베강 유역
동방식민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신성 로마 제국 이전 프랑크 왕국 시기부터 엘베 강 근처에는 '웬드 족'이라는 명칭을 가진 슬라브족이 거주하고 있었다. 이들 웬드 족은 국가와 같은 거대한 단위의 정치적 결성체를 만드는 데는 실패한 채로 부족 단위의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는데, 12세기 중반에 이르자 이들 사이에서도 기독교가 전파되기 시작하고 이를 이용하여 근방에 자리잡고 있던 '포메른 공국'이 세력을 확장하기 시작한다.
이어서 12세기 후반 '북방십자군'이라는 이름으로 신성 로마 제국에서 이들을 정복하기 시작했다. 웬드 족이 이미 기독교를 받아들인 것을 생각하면 어처구니 없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냥 침략하고 싶었다고 말을 해 마침내 이들이 거주하던 지역은 브란덴부르크, 메클렌부르크, 포메른으로 나뉘어 신성 로마 제국에 최종적으로 편입되었다. 메클렌부르크의 슬라브인 족장이던 오보드리텐 왕조는 20세기 초까지 메클렌부르크-슈베린, 메클렌부르크-슈트렐리츠를 다스린다.
2. 보헤미아 지역
한편 13세기 보헤미아를 다스리던 '피아스트 왕조'는 왕국의 인구를 늘리기 위해 왕국 내에 독일인 이주민을 대거 받아들였다. 이로 인해 보헤미아 왕국 내로 이주한 독일인은 슐레지엔 독일인 및 주데텐란트 독일인의 기원이 되었다.
3. 트란실바니아 지역
비슷한 시기(13세기) 헝가리 왕국은 왕국 남동부, '트란실바니아 지역'의 개발을 위해 독일인 이주민을 받아들였다. 이들은 트란실바니아 독일인이란 이름으로 트란실바니아 지역(주로 왈라키아와 인접한 지역 일대)의 독일화를 진행시켰다.
4. 폴란드 동북부 지역
또한 비슷한 시기에 북방 십자군의 또 다른 갈래였던 튜튼 기사단이 폴란드 왕의 요청으로 오늘날 폴란드 동북부와 러시아 칼리닌그라드 주 일대인 프로이센 지방에 진출, 그 곳의 발트계 원주민들을 정복하였으며, 1237년에는 발트3국 일대의 정복에 나선 또 다른 십자군인 리보니아 검의 형제기사단과의 합병을 통하여 오늘날의 그단스크부터 에스토니아 일대까지 이어지는 독일기사단국을 형성한다.
이렇게 동부 유럽을 점령한 게르만족 지배자들은 자신의 영지에 적극적으로 독일인들을 이주시키기 시작한다. 이렇게 이주한 독일인들에게는 당연히 기존 원주민과 비교해서 몇 가지 특권이 주어졌다. 오늘날로 따지자면 '마을의 유지'와 같은 지위가 이주해온 독일인들에게 주어진 것은 기본이었고, 법도 기존의 게르만 법만을 주로 인정해주었다. 세금도 후하게 매겨줬던 것은 덤. 결과적으로 기존 원주민이었던 슬라브계 종족들과 발트계 종족들은 빠르게 게르만족에게 동화되어 간다.
14세기에 이르면 전 유럽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린 흑사병 덕분에 잠시 이주 현상이 주춤하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꾸준히 독일인들의 이주가 진행되었고 후일 예카테리나 대제 때의 일이기는 하지만 몇몇 독일인들은 오늘날의 폴란드 지역을 넘어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심지어는 우크라이나와 볼가 강 유역으로까지 이주하기에 이른다. 이쪽에 대해서는 독일계 러시아인 항목에서 더 자세한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이렇게 너무 멀리 이주한 독일인들의 후손들은 수세기 뒤 스탈린에게 강제로 이주당하는 비극을 겪기도 한다.
이렇게 거의 400년 ~ 500년 가까이 진행된 동방 식민 운동은 17세기 ~ 18세기 무렵 30년 전쟁을 비롯해 흉년, 전염병과 같은 각종 재해가 독일 본토를 덮치면서 이로 인해 독일 본토의 인구가 급감함에 따라 막을 내리게 된다. 이들 대신에 이후 동부로 이주해 간 세력은 '게르만화'된 폴란드인과 리투아니아인이었고 '민족'이라는 관념이 희박했던 당시의 상황을 근거로 몇몇 연구자들은 19세기 ~ 20세기까지도 동방 식민 운동이 사실상 지속됐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어쨌든 현대적 관점으로 따진 '게르만족(=독일인)'의 동방 식민 운동은 17세기 ~ 18세기 무렵까지이다.
이 때 동유럽에 정착한 독일인 이주민은 1940년대 때까지 700년 넘게 중동부 유럽 각국에 널리 퍼져 있었다. 그리고 독일인에게 동화되어 독일화된 슬라브인의 숫자도 많아서 2차 대전 전 상부슐레지엔이나 동프로이센 등 독일어권 동부 출신자 가운데는 이름(First name)이 독일식이고 모국어도 독일어인데 성씨는 폴란드 - 슬라브계인 경우도 종종 보였다. 그 예로 발터 노보트니, 에리히 폰 뎀 바흐-첼레프스키 등을 들 수 있다.
훗날 아돌프 히틀러가 이 동방 식민 운동에서 힌트를 얻어 19세기 이후 극단적 독일민족주의자들의 기조를 밀고 나가 초독일주의와 레벤스라움이라는 개념을 창설해 냈고 제2차 세계 대전을 일으켰다. 그렇지만 독일은 패망했고, 폴란드, 체코슬로바키아, 헝가리, 루마니아 등의 동유럽 각국 정부는 자국 내 독일계 국민들이 침략의 명분이 될 수 있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너나할 것 없이 독일인이 추방됐다. 특히 다른 곳은 모를까 체코슬로바키아에서는 주데텐란트에 살던 독일인들이 독일과의 합병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기에 타지에서는 그냥 쫓겨나고 말았지만 여기서는 독일인에 대한 학살 및 린치가 벌어지기도 했다.
예외적으로 루마니아의 경우는 딱히 독일에 대한 증오가 없고 영토분쟁의 소지도 없어서인지 추방령을 내리지 않았다. 때문에 공산 정권 치하에서도 꽤 많은 독일계가 트란실바니아에 남아서 거주하고 있었지만, 민주화 이후 대부분의 독일계가 경제적인 이유로 독일로 이민을 떠나 독일계 인구가 급감했다. 결국 오데르-나이세 선 동쪽에 거주하던 천만이 넘는 독일계 주민들이 추방되어 중세 이래 천년 가까운 동방 식민 운동이 반토막이 나버렸다. 정확히는 동방 식민 운동 이전의 독일 영토는 엘베 강 서쪽 뿐이었고 오데르-나이세 선 서쪽의 영토는 보존되었기에 완전히 헛짓거리가 된 건 아니다. 현재 동유럽에는 극소수의 독일인만이 잔존해 있다.
▣ 소르브인
독일 브란덴부르크주와 작센주에 분포하는 서슬라브계 민족이다. 소르브인들은 혈통상으론 폴란드인, 체코인, 슬로바키아인 등 다른 서슬라브계 민족들과 공통점이 많이 있다. 벤트족(Wends)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이들이 분포하는 지역을 루사티아(Lusatia, )라고 한다.
고지 소르브인과 저지 소르브인으로 구분된다. 서슬라브계 언어인 소르브어를 사용하고 소르브어는 고지 소르브어와 저지 소르브어로 나뉘어지며, 폴란드어 및 체코어와 가까운 관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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