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그라이주는 에티오피아의 북부의 주로, 주도는 메켈레이며 면적은 50,078,64㎢, 인구는 6,316,988명(2014년 기준), 인구밀도는 87.0명㎢/이다. 이곳에서는 티그라이어를 사용한다. 주민들은 티그라이인이 대부분이다.
티그라이주는 솔로몬 왕의 아들이 건설했다는 고대 악숨왕국(Kingdom of Aksum)의 본거지다. 서기 100~940년 사이, 우리나라의 신라와 동시대의 악숨왕국은 기독교 왕국으로 찬란한 문화유적을 남겼다. 이후 솔로몬 왕조 시기에도 티그라이 지역은 준독립적인 왕국을 유지하면서 많은 황제를 배출해 왔다. 따라서 티그라이주는 에티오피아 내에서 대단한 자존심을 가지고 있는 주다.
티그리냐인은 아프리카의 뿔 지역의 에리트레아 서부 지역에 거주하며 아프리카아시아어족에 속하는 티그리냐어를 사용하는 민족을 지칭한다. 에리트레아 인구의 55%를 차지하는 주요 민족이다. 에리트레아 내 티그리냐인은 3백만여 명 정도이지만 에티오피아에도 450만여 명의 티그리냐어 사용자가 거주하는데, 여러가지 갈등으로 인해 티그라이인이라는 별도의 민족으로 여겨지고 있다.
티그라이족은 다민족 국가인 에티오피아에서 오모로족, 암하라족, 소말리족에 이어 4번째로 큰 민족 집단이다. 600만명 정도로 에티오피아 전체 인구 1억1000만명 중 6% 수준이다.
에티오피아 내전은 성격상 연방정부군과 지방군의 전쟁이다. 또 한 나라의 영토 내에서 일어난 내전이기도 하다. 객관적으로 보면 티그라이주의 인구는 600만명으로 에티오피아 인구의6%에 불과하므로 절대적 약세에 잇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티그라이주는 1970~1980년대에 공산정권과 무장투쟁으로 싸워 민주주의를 쟁취한 지역으로, 상당한 무장력을 갖추고 있으며, 현재 25만명의 병력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티그라이족은 1974년 하일레 셀라시에(Haile Selassie) 황제를 타도하고 집권한 공산정권을 무너뜨린 세력이다. 멩기스투 하일레 마리암(Mengistu Haile Mariam) 총리가 이끄는 공산정부는 소련, 쿠바, 북한 등의 지원에 힘입어 50만명에 이르는 국민을 붉은 테러(Red Terror)로 살해하고, 다수의 국민을 식량을 무기로 복종케 하거나 국외로 몰아냈다. 1983~1985년 사이 대기근 때에 에티오피아 국민 100만명이 기아로 사망하기도 했다.
티그라이족은 이런 공산정권의 폭거에 저항했다. 그들은 산악게릴라전을 펼치며 공산정부와 싸웠고, 이웃 다른 종족과 연합전선을 폈다. 이때 형성된 티그라이인민해방전선(TPLF)은 다른 저항세력과 힘을 합쳐 에티오피아 인민혁명민주전선(EPRDF, Ethiopian People's Revolutionary Democratic Front)으로 확대했고, 1990년 소련 붕괴를 틈타 공산정권을 전복하는데 성공했다.
1991년 EPRDF가 정권을 장악했고, 그 중심에는 티그라이인민해방전선이 있었다. 티그라이인들은 이때부터 2018년까지 28년간 집권했다. 티그라이인들은 민주주의 제도를 도입해 다당제를 실현했고, 종족에 따라 주를 만들어 자치권을 부여했다.
하지만 티그라이인들이 장기집권하는 과정에서 타 종족의 반발이 있었고, 집권당의 내부 분열이 끊이지 않았다. 집권세력은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부정선거를 실시했다는 시비에 휘말렸다. 특히 최대종족인 오로모족의 반발이 심했다.
2018년에 실시된 총선에서 부흥당(Prosperity Party)이 다수석을 차지했고, 오로모족의 아비 아머드가 총리가 되었다. 아비 총리는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티그라이족 정부 때 감옥에 갇혔던 반정부 인사를 석방시켰다. 그리고 국경분쟁을 벌였던 에리트레아(Eritrea)를 방문해 평화협상을 체결했다. 그 덕분에 아비 총리는 2019년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티그라이주는 에리트레아와의 평화협상을 반대했다. 티그라이주는 에리트레아와 국경을 마주하는데, 아비 총리가 자기네들과 협의도 않고 분쟁지역을 에리트레아에게 넘겨줬다고 비난했다. 오로모족의 입장에서 티그라이 영토를 떼준 것이 별것 아닐수도 있겠지만, 티그라이로선 악숨왕국 때부터 영토였던 지역을 떼준 총리가 반역자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이때부터 오랫동안 잡은 정권을 빼앗긴 티그라이층과 새로 정권을 잡은 오로모족 출신의 아비 총리 사이에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 노벨 평화상이 불러온 갈등이다.
올해 들어와 두 종족의 감정적 대립은 격화되었다.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아비 총리는 정부 내에서 티그라이족을 몰아내기 시작했다. 죄목은 부패와 인권유린이었다.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남아 있던 티그라이인민해방전선 지도부는 불쾌한 심정으로 고향으로 돌아갔다. 과거 정부의 지도자와 현정부 지도자들 사이에 정치적 설전이 벌어졌다.
올해 9월에 실시하기로 한 총선이 발단이 되었다. 아비 총리는 코로나 펜데믹을 이유로 총선실시를 무기한 연기해 버렸다. 선거를 연기하면서 아비는 자동으로 총리직을 연장하게 되었다.
티그라이 지도부는 차기 선거 일정도 잡지 않고 무제한 선거일정을 연기하는 것은 불법이며, 아비 내각도 불법 정권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티그라이 주정부는 9월에 선거를 실시했다. 오히려 아비 정부가 티그라이 선거를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에티오피아는 10개 종족의 거주지역을 단위로 주정부가 형성되어 있다. 수도 아디스아바바와 디레다이와는 특별행정구역으로 규정되어 있다.
아비 정부는 티그라이족에 반대하는 종족을 연합해 당선되었지만, 그가 집권한 이후 오로모족의 팽창을 걱정하는 주정부들이 불만을 표시했다. 그가 집권한 이후 소말리족, 게데오족이 저항하며 분쟁이 발생했고, 일부 지역에선 수백만명이 새로운 곳으로 떠나야 했다. 그도 결국은 종족의 함정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