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만주어가 살아있다'시버족'

frog.ko 2021. 11. 20. 18:17

시버 자치현은 과거 구 소련과 국경이 맞닿아 있는 신장위구르자치주의 한 현()이었지만, 구 소련이 해체된 후 지금은 카자흐스탄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

 

시버족 자치현을 포함해서 신장위구르자치주에는 19만 여 명의 시버족이 살고 있다.

 

이들의 언어인 시버어가 우리에게 특별히 남다른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바로 최후의 만주어와 다름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시버족은 본래 만주동북방에 웅거했던 선비(鮮卑) 또는 실위(室衛)족의 후손으로 17세기 중반까지 그들은 말갈(Merkit) / 여진(Jurchen) / 만주(Manchu) 민족들과 섞여 살면서 퉁구스화(Tungusicalization)하였고, 특히 청나라가 건립되면서, 그들은 거의 남만주 지방으로 내려와 만주 문자(소그디안문자>위구르문자>몽골비칙>만주문자)를 받아들이게 되었던 것이다.

 

반면 만주족, 우데게족, 나나이족과 같은 숙신계 민족이라는 주장과 선비족의 후예라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거주지역 및 풍습과 문화, 언어 체계는 만주족과 유사하나 청초와 달리 현재에는 만주계임을 부정하고 대다수가 스스로를 선비족의 후손이라고 믿고 있다.

 

청나라 건륭제(乾隆帝, 1711~1799) 29(1746), 시버족 역사의 최대 비극이자, 시버 민족사의 일대 전환이 되었던 사건이 일어났다.

 

청나라 조정은 서북 변경인 일리지역의 국경 방비를 위해, (만주족과 가까우면서도 만주족에게 비협조적이었던) 용맹한 민족인 시버족들로 하여금 이 지역에 가도록 결정한 것이다. 청나라 조정은 당시 성경(盛京지금의 심양[瀋陽]) 일대에 있던 시버족 군인과 그 가족 3275명을 뽑아, 고향에서 4이상 떨어진 신강성(新疆省)의 일리강 서쪽 찹찰 지역으로 강제 이동시켰던 것이다.

 

마치 스탈린에 의한 연해주 한인들의 중앙아시아 강제 이주와 같은 이 비극적인 민족의 이동과 그후의 현지 정착 과정은, 현재 시버족들 사이에 슬픈 역사의 기록으로 남아 있고, 많은 전설과 민요의 원천이 되었다.

 

그러나 시버족으로서는 눈물 없이는 말할 수 없는 이 사건이 언어학적, 민족학적으로는 커다란 의미를 주는 사건이 되었다.

 

사실 중국 각 처에 흩어져 있는 만주족들은 일부 후미진 지역을 제외하고는 완전히 한족(漢族)화 하여 모국어인 만주말을 거의 잊어버렸고, 시버족 중에서 중국의 동북지방에 남아 있던 사람들은 만주족과 마찬가지로 그들 언어인 만주말을 잊어버렸지만, 서북쪽으로 이동된 시버족의 후손들은 현재까지 그들의 말과 글자(만주어, 만주문자)와 풍속을 보존하게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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