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자카르타는 인도네시아에서 특별행정구로 편성돼 술탄(sultan)이라는 칭호의 왕이 지배하는 자치주다. 면적 3,133㎢으로 서울시의 5배쯤 되지만, 인도네시아 주 가운데 두 번째로 작다. 인구는 350만명이다.
족자카르타는 수라카르타(솔로) 와 함께 자바 문명의 요람으로 불리는 곳으로 족자카르타는 8세기와 9세기의 웅장한 보로부두르와 프람바란 사원의 원천이자 16세기와 17세기 강력했던 마타람 왕국이었다. 불교사원과 힌두사원들이 많이 있는 유명한 관광지다. 대표적인 사원으로는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히는 불교사원 보르부드르 사원과 가장 아름다운 힌두사원이라는 프람바난 사원을 들 수 있다.
이 곳에 도시가 만들어진 것은 자바섬을 지배한 마라탐(Mataram) 왕조가 수도로 정한 732년부터였다. 929년에 다른 왕조가 들어서면서 다른 곳으로 수도를 이전했다.
마하자힛 왕조((1293–1527)에서는 지방 도시로 전락했다가 1575년 마타람 왕조가 이슬람을 받아들여 부흥하면서 다시 수도로 삼게 되었다. 마라탐 왕조 말기에 수도를 족자카르트 북쪽 수라카르타로 이전했다.
17세기 이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자바섬을 야금야금 잠식해 오자, 마타람 왕국 내부에 분열이 생겼다. 네덜란드 식민자와 협조하자는 파와 저항하자는 파로 갈리었다. 네덜란드에 협조적인 파쿠부워노 2세(Pakubuwono II)가 술탄(왕)에 오르자 동생인 망쿠부미(Mangkubumi)가 반란을 일으켰다. 발단은 형인 술탄이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에 자바섬의 영토를 떼주려 하자 동생이 반발한 것. 동생은 네덜란드에 협조할 경우 백성들이 네덜란드의 노예가 된다고 주장했다. 동생의 군대는 형의 군대를 공격해 마라탐 왕국의 남부를 장악하고 족자카르타에서 독립을 선언했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개입했다. 3자가 회담 끝에, 남쪽 족자카르타는 동생에게, 북쪽 수라카르타(Surakarta)는 형에게 넘기기로 협정을 맺었다. 이후 마라탐 왕국은 두 나라로 쪼개졌다.
1755년 2월 13일에 체결된 이 협정을 기얀티(Giyanti) 협정이라고 한다. 이후 족자카르타의 왕은 술탄(sultan)이라는 칭호를 이어갔고, 북쪽의 수라카르타는 수난(sunan)이라는 칭호를 사용했다.
두 왕국은 더 이상 전투를 치르지 않았지만,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과 1942~1945년 일본 점령기에 인도네시아 백성들에겐 상징적 존재로 자리잡았다. 외부 침략자들은 두 개의 소왕국을 남겨두고 인도네시아 대부분을 장악하는 것으로 타협한 것이다.
세계2차대전 일본 패망 이틀 뒤인 1945년 8월 17일 인도네시아의 국부 수카르노는 독립을 선언했다. 함께 독립에 애쓴 족자카르타(족자) 왕국의 술탄 하멩쿠부워노 9세가 가장 먼저 호응했다. 공화국을 인정할 테니 족자의 자치권을 보장해달라는 편지도 수카르노에게 보냈다. 족자 북쪽 수라카르타 왕국 역시 같은 요구를 했다. 든든한 지원이 절실했던 수카르노는 즉각 허락했다. 이후 4년간 이어진 네덜란드 및 연합군과의 독립전쟁 중 족자는 공화국의 임시 수도이자 결사 항쟁의 격전지였다.
1950년에야 수카르노는 약속을 지켰다. 그러나 수라카르타는 왕국을 인정하지 않는 공산당의 반대로 자치권을 반납하고 결국 중부 자바주(州)에 흡수됐다. 반면 족자는 주민들의 지지로 술탄의 지배하에 자치가 허용되는 특별 주가 됐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세계에서도 거의 유일한 ‘공화국 속 왕국’이 탄생한 것이다.
위기도 있었다. 인도네시아 첫 국민직선제 대통령 유도요노(2004~2014년) 전 대통령은 술탄의 세습 관행을 끊기 위해 족자 주지사 직선제 법안을 국회에 넘겼다. 오랜 논란 끝에 인도네시아 국회는 2012년 족자의 술탄 세습을 합법화하는 대신, 4년마다 중앙정부가 술탄을 주지사로 임명하는 방식으로 매듭을 지었다.
인도네시아엔 현재 30여개의 왕가가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땅과 재산은 있지만 모두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오직 족자 왕국만이 1755년 개국 이래 지금까지 10명의 왕이 주민들을 실질 지배하고 있다. 비록 지금은 ‘나라 속 왕국’이지만, 족자 왕은 ‘국왕은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는 영국 일본 등과 달리 이슬람 왕국 브루나이의 10배 인구(400만명)를 직접 다스리고 있다. 면적은 제주의 약 두 배인 3,185㎢다.
족자는 1991년 아시아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고, 세계 8대 불가사의라 불리는 보로부두르 사원(불교)과 프람바난 사원(힌두교)이 있는 자바 문화의 중심이자 관광 명소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 등을 배출한, 술탄의 영지 위에 세운 인도네시아 첫 국립대 가자마다대학이 있는 교육 1번지다. 자원과 노동력이 풍부하다. 욕야카르타가 정식 명칭이지만 공주를 비롯한 현지 주민들은 ‘족자’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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